일본의 차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마 말차일 것입니다. 소박하고 정갈한 다실에서 말차를 만들고 손님에게 대접하며 함께 차를 마시는 고즈넉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연상됩니다. 일본에서 차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마치 작은 수련을 하는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차 한잔을 함께하는 순간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하는 일본의 차문화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일본 차문화의 역사
일본에 차문화가 발달하게 된 것은 헤이안시대 승려 사이초가 당나라에서 차 씨앗을 가져와 심으면서부터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시기적으로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거의 없으나 일본의 기후와 토양이 차를 재배하기에 좋았기 때문에 현재는 동북지방에서 규슈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어 차를 많이 재배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차는 주로 귀족과 승려들 사이에서 처음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였으나 16세기 후반 센노리큐라는 인물에 의해 일본의 차문화가 다도로 발전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18세기 에도시대에 들어서면서 대중적으로 차를 즐기게 되었고, 다실도 여러 곳에 생겨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센노리큐 : 센노리큐는 어린 시절부터 다도에 관심이 많아서 다도의 명인이라 하는 다케노 조오 등으로부터 다도를 배웠다고 합니다. 그는 당시에 유행하고 있던 다도와는 다른 독자적인 다도의 방식인 '와비차'라고 불리는 검소하고 차분한 정취를 가진 다도를 추구했다고 합니다.
그는 다도인이 갖추어야 할 기본정신으로 주인과 손님이 대등한 관계로 서로를 존경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정숙하게 예의를 지켜 행동할 것을 강조하였다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독특한 다도를 완성시킨 그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지원을 받으며 점차 세력을 키워나갔으나 어느 날 도요토미의 분노를 사서 자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 차의 종류
- 센차 : 센차는 찻잎을 딴 후에 바로 증기로 쪄서 그 다음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면서 손으로 비벼서 만든 가늘고 긴 모양의 차입니다. 일본에서 유통되는 차 물량 중에 8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대중적인 차로 식사전후로 마신다고 합니다.
- 반차 : 차의 새싹이 자라 단단해진 잎이나 줄기 등으로 만들어진 센차 중 하급의 차를 말합니다.
- 호우지차 : 하급 센차를 강한 불로 덖어서 만든 것으로 구수한 맛과 향이 나는 것이 특징인 차입니다.
- 겐마이차 : 쪄서 건조시킨 쌀이나 현미를 녹차에 섞어서 만든 차로 구수한 맛과 향을 냅니다.
- 교쿠로차 : 햇차의 새싹이 올라오기 시작할 무렵 차광 재배(일정기간 햇빛을 차단하여 재배하는 것)를 하여 찻잎의 떫은맛은 줄이고 감칠맛을 늘린 고급차를 말합니다.
- 맛차( 말차 ) : 햇차의 새싹이 올라올 무렵 약 20일간 햇빛을 차단한 차밭에서 재배한 찻잎을 증기로 쪄서 만든 덴차 (연차) 를 차맷돌로 갈아서 미세한 분말로 만든 차입니다. 말차는 찻잎까지 모두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찻잎이 지닌 성분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말차는 헤이안 시대부터 마시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3. 일본의 다도
일본에서는 차를 내는 주인과 손님에 있어서 그 순간이 일생의 단 한번뿐인 다회라고 생각하여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일기일회의 미학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일본 차문화의 정신은 센노리큐라는 인물에게서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은 차를 마시는 것에 대하여 심신을 수련하고 인간의 도리를 추구하며 꾸밈없고 소박한 와비정신을 강조한다고 합니다.
* 와비 : 일본 다도의 근본이념을 나타내는 말로 한적한 정취, 소박하고 차분한 멋 등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소박한 다실에서 진지하게 차를 대접하고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이 이념을 구현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일본 다도의 미의식을 나타내는 네 가지 규율을 화(和), 경(敬), 청(淸), 적(寂)이라고 합니다.
- 화(和)는 주인과 손님은 서로 대등하며 독립적인 존재이지만 함께 차를 마실 때만큼은 서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정신입니다.
- 경(敬)은 주인과 손님이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마음가짐을 일컫습니다.
- 청(淸)은 마음을 깨끗이 하고 욕심을 떨쳐버리는 정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다실과 다구를 청결하게 다루어야 하는것까지 포함한다고 합니다.
- 적(寂)은 다실에서 항상 정숙하고 주위에 마음이 동요되지 않도록 정적을 지켜야 함을 의미합니다.
일본의 다실은 자연과의 조화를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다실은 다도를 위한 독립적인 공간으로 되어 있더라도 건물은 정원과 연결 지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고 합니다. 정원에는 사람의 손길을 타는 꽃이나 과일나무는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실의 입구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로 통과하도록 좁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 이유는 속세와 다실의 세계를 구분 짓는다는 의미와 머리를 숙이는 순간 겸허한 마음을 갖출 수 있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4. 맛차(말차)를 마시는 방법
다실에 들어온 손님들은 도코노마 앞으로 가서 족자와 꽃을 감상한 후 화로와 솥을 감상하고 다시 자리에 앉습니다. 그리고 주인이 말차를 준비하는 동안 손님앞에 놓인 간단한 다식을 먼저 먹습니다.
주인이 완성한 말차를 손님에게 내주면 손님은 찻사발을 무릎 앞에 두고 인사를 건넵니다. 손님이 먼저 찻사발을 왼손에 올린 후 오른손으로 같이 잡고 오른쪽으로 살짝 돌린 후에 조용히 마십니다. 특히 마지막 한 입은 소리를 내면서 모두 마십니다.
차를 다 마신 후에는 찻잔의 입댄 부분을 닦은 후 찻사발을 상대편을 향해 돌려놓습니다. 이렇게 손님이 차를 다 마신 후에야 주인이 차를 마십니다.
* 도코노마 : 일본식 방에서 바닥을 한층 높게 만든 곳으로 벽에는 족자를 걸고 바닥에는 꽃이나 장식물을 꾸며놓습니다. 보통 손님방에 꾸며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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